
독일 화장품은 그런 의미에서 가치가 매우 높은 상품이다. 자동차, 주방용품, 전자제품과 같이 독일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가 두텁다. 하지만 당신에게 당장 독일 뷰티 브랜드를 나열하라면? 아마 다섯 손가락을 다 꼽는 게 쉽지 않을 터.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독일 뷰티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세계임은 분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장품 마켓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경한 독일 화장품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가진다. (전 세계에서는 여섯 번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1년 독일 화장품 시장 매출 규모는 1백51억 유로를 넘어섰으며 2028년까지 연 평균 4.8%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카테고리별로 순위를 살펴보면 보디 위생용품이 가장 높으며 스킨케어, 색조 화장품, 향수류 순으로 나타났다. 보디 위생용품 중에선 헤어 제품, 스킨케어에선 클렌저와 데일리 크림, 색조 화장품 군에선 마스카라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독일 뷰티 칼럼니스트 줄리아 키스(Julia Keith)는 “독일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뷰티 마켓인 프랑스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유하죠. 이 점이 유럽에서 가장 큰 뷰티 시장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니베아와 유세린의 제조 업체인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헨켈(Henkel) 같은 세계적 화장품 기업이 독일 출신이죠.”라고 말한다.
독일 화장품 시장의 유통 경로는 다양하다. DM, 로스만과 같은 드러그스토어를 비롯해 화장품 전문 매장, 대형 할인점, 슈퍼마켓과 편의점, 약국, 백화점, 이커머스 등이 존재한다.
화장품 매출의 65% 이상은 오프라인에서 발생(출처 NPD)하며 드러그스토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이는 접근성이 용이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은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아졌으며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멀티 채널의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프리미엄 뷰티 플랫폼 더글라스(Douglas)가 옴니 채널을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한 이유. “우리 고객들은 제품을 체험하고 브랜드를 경험하는 매력적인 활동은 여전히 즐기면서 선호하는 판매 채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글라스의 부회장이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지역에 매수를 담당하는 캐롤라인 예레미아스(Caroline Jeremias)의 설명. 그 결과, 더글라스는 유럽 최대의 뷰티 채널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독일 뷰티 시장을 논할 때 유기농 화장품을 빼놓고는 설명할 순 없다. 일전에 ‘Beauty for Nature’(〈바자〉 2019년 6월호) 기사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독일 오가닉 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으며 그 시작은 1세기를 거슬러 간다. 국내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닥터 하우쉬카, 벨레다는 20세기 초반부터 존재했으며 1950년대부터 대형 유기농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헤리티지 외에도 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부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구입처가 광범위하다는 것. 이는 평범한 일반 소비자는 물론 대도시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저소득층에게도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걸 의미한다. 규정에 관해서도 앞서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유기농 화장품 인증 ‘BDIH’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기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에서 유통되는 천연 화장품은 대부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식 있는 소비 패턴을 1순위로 꼽는다. 글로벌 컨설팅사 지몬-쿠허 & 파트너스(Simon-Kucher & Partners)가 독일어 문화권(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8%가 지속가능성이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라 답했다. 이는 품질과 가격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그린 워싱을 모니터링하는 소비자 보호 기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성분에 대해 잘 교육되어 있다.
이처럼 독일 뷰티는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크고 역사가 깊으며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 중이다. 그리고 우리 화장대를 채울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