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박민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블랙핑크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박민희

스타일에 대한 탁월한 감각, 열정과 노력을 자양분 삼아 달려온 박민희의 이야기

BAZAAR BY BAZAAR 2023.12.10
 
일정을 맞추기 참 어려웠다. 전 세계를 누비는 블랙핑크와 멤버 개인 활동을 보면 업무량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안 된다.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지난 일 년 동안 블랙핑크 월드투어를 했고, 중간중간 멤버들의 계속되는 광고 촬영과 해외 스케줄로 정작 한국에 머문 기간은 약 3~4개월 정도였다. 외국의 호텔과 서울의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며 밤새는 일이 잦았다. 잠은 거의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잔다.(웃음)
스타일리스트 박민희의 시작이 궁금하다. 스타일리스트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고등학생 때부터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꿈이 확고했는데, 막상 일은 늦게 시작했다. 이 직업이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적어 초반에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돈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상황은 없게,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고, 졸업 후 쇼핑몰과 패션 회사에서 1~2년 정도 일했다. 그리고 돈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 어린 시절부터 동경한 최경원 스타일리스트에게 무작정 이력서와 메일을 보냈다. 운이 좋게 연락이 왔고, 면접의 기회를 얻어 그녀의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그게 스물여섯 살 때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 마카오 공연에서 제니가 착용한 메시 소재의 시스루 톱은 루이(Rui) 컬렉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니예 레코즈(Aniye Records)의 하트 모티프의 마이크로 미니 쇼츠를 브라 톱으로 착용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 마카오 공연에서 제니가 착용한 메시 소재의 시스루 톱은 루이(Rui) 컬렉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니예 레코즈(Aniye Records)의 하트 모티프의 마이크로 미니 쇼츠를 브라 톱으로 착용했다.

 

단순히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을 뛰어넘어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작업 범주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정말 이 일을 원한다면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니가 〈You & Me〉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베트남 베이스 디자이너 브랜드 팬시 클럽(Fancì Club)의 홀터넥 톱.

제니가 〈You & Me〉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베트남 베이스 디자이너 브랜드 팬시 클럽(Fancì Club)의 홀터넥 톱.

 
블랙핑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팀에 합류하고 한 달 만에 YG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하는 신인 걸그룹의 스타일링 제의가 들어왔다. 그게 바로 블랙핑크였고, 당시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웃음) 막내였던 나는 현장에 자주 나가 그녀들의 스타일링을 돕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블랙핑크 담당이 됐다.
블랙핑크를 전담하며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화를 위해 어떤 부분을 노력했나?
데뷔 전부터 그녀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했지만 디렉터로 작업을 주도한 건 약 3년 전부터다. 이미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던 터라 부담감이 컸다.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성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옷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 타 연예인들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유니크한 의상을 공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리폼도 수없이 했고, 국내 또는 해외의 신인 디자이너를 리서치해 협업 요청도 많이 했다.
샤넬부터 디올까지 블랙핑크는 멤버 모두 각자 다른 패션 하우스의 앰배서더라는 특징이 있다. 럭셔리 하우스와 일하는 경험은 어떤가?
블랙핑크는 해외의 저명한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 스태프와의 협업이 잦다. 나 역시 그들의 작업 환경과 시스템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배우는 부분도 많다. 그들과 같은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게 느껴지곤 한다.(웃음)
해외 매체,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은?
지난 9월, 월드투어 앵콜 공연의 무대의상을 위해 디자이너 디온리(Dion Lee)와 협업했다. 콘서트 한 달 전부터 왓츠앱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고, 그가 직접 공연장에 찾아와 피팅부터 수선까지 함께했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핑크 베놈(Pink Venom)〉 앨범과 코첼라 코스튬 디자인을 맡았던 뮈글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시 캐드월라더(Casey Cadwallader)와의 작업도 인상 깊었다.
해외 팀과 작업하는 방식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있나?
해외 작업 현장에는 한국과는 달리 재단사가 있다. 촬영 샘플이 정해지면 미리 피팅을 한 후 바로 재단사에게 의상 수정을 맡기고 착용하는 순서로 시스템이 세분화되어 있다. 한번은 화보 촬영 중 스커트 길이가 길어 치맛단을 옷핀으로 빠르게 수정하는 걸 보고 현장 해외 스태프가 나에게 테일러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웃음)
 
 월드투어 공연을 위해 디온리(Dion Lee)와 협업한 코스튬 피스.

월드투어 공연을 위해 디온리(Dion Lee)와 협업한 코스튬 피스.

 
블랙핑크는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이다 보니 무대의상 준비도 쉽지 않을 듯 하다. 리폼이나 제작도 필수일 듯한데,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월드투어의 파리 앵콜 공연을 위한 코스튬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싶어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 선생님에게 무대의상을 의뢰했다. 혹여나 한복의 가치를 훼손하는 게 아닐까 염려가 되어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했다. 명장이 직접 한복 소재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려 완성했기 때문에, 공연 당일 비라도 오면 낭패를 보는 상황이었다. 스태프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를 했음에도 결국 마지막 날 비가 엄청 쏟아져 입지 못하게 되었다. 당시 팬들은 몰랐겠지만 무대 아래 스태프들은 정말 난리가 났었다.(웃음)
수많은 스타일 중 가장 ‘챌린지’였던 의상도 궁금하다.
팀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역대급 챌린지가 있다.(웃음) 바로 코로나 시기의 블랙핑크 온라인 콘서트다. 온라인 콘서트는 녹화방송과 생방송을 번갈아 진행하기에 보통 일반 콘서트보다 의상 체인지가 몇 배는 많다. 그리고 당시 앨범 준비도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지하 연습실이 옷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마 전 세계의 디자이너 브랜드 샘플은 우리가 전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웃음) 나와 팀원 둘이서 낮에는 옷을 공수하고, 해가 지면 유럽과 연락을, 밤이 오면 미국과 통화하며 메일 회신을 기다리고…. 그때는 거의 초점 없는 눈으로 계속 깨어 있었다. 일주일 동안 한 시간 정도 잔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렇다면 스타일리스트로서 박민희의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업은 무엇인가?
〈Love Sick Girls〉 뮤직비디오에서 마트 배경 신의 단체 의상. 그게 딱 박민희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피트(Fit)’다. 피트와 실루엣에 따라 의상의 느낌은 너무 달라진다. 그래서 수선도 웬만하면 내가 하는 편이다.
 
VMA의 레드 카펫 룩.〈더 아이돌〉 애프터 파티에서 트로이 시반(Troye Sivan)과 함께.2023 메트 갈라에서 제니는 1990 F/W 빈티지 샤넬의 미니 드레스를 선택했다. 〈Love Sick Girl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뮈글러와 협업한 〈핑크 베놈〉 앨범 커버.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다면? 요즘 관심 갖는 브랜드도 궁금하다.
특정한 디자이너, 브랜드보다는 그때그때 새로운 디자인과 아이템에 빠지는 편이다.
영향을 받은 스타일리스트 혹은 아티스트는?
에디 슬리먼의 디자인 세계와 스타일을 좋아한다.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아무래도 블랙핑크다. 멤버 각자의 개인 스케줄이 많아지고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그녀들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 의상을 선택하거나 제작할 때 역시 그녀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
지난 2023 메트 갈라부터 칸 국제영화제까지. 제니의 레드 카펫 룩이 인상적이었다. 샤넬의 빈티지 컬렉션 피스의 연출과 포토콜에 착용한 슈슈통(Shushu Tong)의 드레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더 아이돌〉 애프터 파티의 트위드 소재 베스트와 랩 스커트의 매치 등. 해외의 중요한 행사에는 어떤 식으로 룩이 선택되는지,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브랜드 행사를 비롯해 레드 카펫 룩을 선택할 때는 어떤 ‘캐릭터’를 정한다.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을 정리해 아티스트에게 시안을 제시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메트 갈라의 경우 칼 라거펠트 시절의 샤넬 빈티지는 거의 다 찾아본 거 같다. 그리고 선택한 몇 피스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보냈고, 제니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의상으로 선택했다. 그 다음엔 피트와 사이즈 수정을 거쳐 당시 런웨이 모델이 착용했던 헤어밴드를 변주해 함께 연출했다. 칸영화제는 케이팝 아이돌이자 배우로서 처음으로 참석하는 것이었기에 젊지만 동시에 클래식한 룩을 찾았고, 슈슈통의 블랙 드레스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애프터 파티 룩은 샤넬 베스트에 남성복을 전개하는 GmbH의 스커트를 새롭게 변주해 로 웨이스트로 스타일링했다.
당신이 꼽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멤버들의 베스트 룩과 순간은?
VMA(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의 레드 카펫 룩. 디올부터 셀린느까지 멤버들이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로 스타일링했다. 사실 각각 브랜드의 스타일이 다르고 개성도 뚜렷하다 보니 4명이 어우러지게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다. 빠르게 수급이 가능한 샘플도 한정적이며 해외에서 받아 한국에서 피팅하고 수선하는 시간도 오래 걸려 항상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VMA 룩은 멤버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실루엣과 스타일로 완성되어 개인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았다.
팬들의 반응도 살피는 편인가?
스타일링에 집중하기 위해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예전에 한두 번 확인한 적이 있는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힘들게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작업했는데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으면 우울해지니,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라.
 
 리사의 공연 의상을 위해 협업한 로다테(Rodate)의 코스튬 피스.

리사의 공연 의상을 위해 협업한 로다테(Rodate)의 코스튬 피스.

 월드투어 홍콩에서 로제가 착용한 레트로페테(Retrofête)의 드레스.

월드투어 홍콩에서 로제가 착용한 레트로페테(Retrofête)의 드레스.

 
당신이 생각하는 케이팝 스타일리스트의 덕목은 무엇인가?
모든 패션 분야가 그렇지만 케이팝 스타일리스트는 트렌드의 영향을 빠르고 밀접하게 받는다. 그래서 본인만의 스타일과 색깔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을 보며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케이팝 스타일리스트, 도전해볼 만한가?
해볼 만하다.(웃음) 그리고 단순히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을 뛰어넘어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작업 범주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정말 이 일을 원한다면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블랙핑크와의 작업, 인연은 계속되는 건지?
사실 이번 해외 투어를 하면서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멤버들의 개인 스케줄도 점점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업무에 변화가 조금 생겼다. 하지만 블랙핑크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휴가는 있는가? 일 외의 시간, 관심사도 궁금하다.
해외 투어 및 큰 일정이 끝난 11월, 12월이 그나마 여유가 있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몇 년 만에 가족들과 제주 여행도 가고, 미국 여행도 다녀왔다. 5일가량 다녀왔는데 인적이 드문 사막 한가운데에서 트레킹과 승마 등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더라. 보통 일 외적인 분야에 도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여행 마지막 날에 여러 가지 결심을 했다. 사무실 이전도 준비 중이다.
지금이 앞으로를 위해 중요한 순간인 것 같다.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는?
당장은 아니지만 남자 아이돌과 배우의 스타일링도 경험해보고 싶다. 수영과 클라이밍 그리고 주짓수도 배워보고 싶고. 앞으로는 시간을 내 삶의 한 부분을 일 외의 것들로 채워보고 싶다. 사실 이 인터뷰도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시간을 스스로도 돌아보고 싶었다. 아마도 지금이 박민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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